"미래 IT 주도권 한국에 넘어간다" 日의 견제, 美의 계산 맞아떨어져
조선일보 강동철 기자
입력 2019.08.10 03:27
[韓日 경제전쟁] 일본은 왜 보복하나… 전문가들의 분석
일본이 한국에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린 배경에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판결과 같은 정치·외교적 이유 외에도 한국의 IT(정보기술) 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 이 나오고 있다. 한국의 반도체·디스플레이 경쟁력에 타격을 줘 인공지능(AI)·5G(5세대 이동통신)·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 입지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것 이다. SK증권은 보고서에서 "한국이 세계 IT 산업에서 가지는 입지가 엄청나게 커지다 보니 견제에 직면한 것"이라며 "일본의 부국강병과 미국의 중국 견제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"고 밝혔다.
AI·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의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 메모리반도체에서 한국의 영향 력은 압도적이다. 8일 대만의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점유율 45.7%, 28.7%를 차지했다. 한국산(産) D램의 점유율이 전체의 74.4%였다.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보다 3% 포인트 상승하면서 2017년 4분기 이후 6분기 만에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. 반면 미국 마이크론은 점유율이 2.5%포인트 하락하면서 간신히 20%를 지켰다. 세계 낸드플래시· OLED(유기발광다이오드)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한국은 세계 1위이다. 파운드리(반도 체 위탁 생산)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.
이는 1980년대와 상반된 모습이다. 당시에는 일본 NEC·히타치·도시바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1~3위를 독식했다. 하지만 이후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미세 공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공정 기술 개발에 나섰고, 그 결과 한국 메모리반도체는 일본을 따돌리고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. 이종호 서울대 교수(전기공학부)는 "일본은 자신들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한국이 일본 산 소재를 싸게 가져와 비싼 반도체로 만들어 이익을 남긴다고 본다"며 "이번 수출 규제 는 한국을 견제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IT 산업 주도권을 갖고 오겠다는 의도도 있다" 고 말했다.
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한·일 중재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. 일본의 한국 반도체·디스플레이에 대한 견제는 화웨이 등 중국 IT 업체에 단기적 타격을 줄 수 있다.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이나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공장은 중국이 쓰는 메모리반도체의 최대 공급처다.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입해 파운드리 등 비(非)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. 중국이 비메모리반도체도 한국 업체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 는 의미다.
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·인텔 등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. 한국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국 대상에서 빠지면서 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 보다 훨씬 원활하게 소재를 공급받고 적기에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. 황철성 서울대 교수(재료공학부)는 "이번 사태는 미국 입장에서는 꽃놀이패"라며 "한국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줄면 마이크론·인텔이 수혜를 볼 뿐 아니라 중국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"이라고 말했다.
전세계 반도체 기업 수익 순위 1987 - 2017 일본과 미국의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을 모두 꺾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.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려주는 그래프입니다. https://youtu.be/92VLo2zwvNc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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